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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한권의 지혜와 따뜻한 삶의 이야기
My Story

또 하나의 가족 [반려 동물] "보리"이야기

by 마음성공 2024. 2. 12.

또 하나의 가족 [반려 동물] "보리"이야기

우리집에는 둘 합쳐 20여년 동안 가족으로 살다간 "보리" "해리"가 있다.

첫째 보리는 6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고 갔기에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느 가족 이상의

애틋함과 그리움이 남아 있다.

2022년 5월에 갑작스럽게 무지개 다리를 건너가 버린 해리는 아직도 곁에 있는듯 하다.

"해리" 태어난지 3개월만에 하게 되는 첫 미용날 -  미용전

"해리" 태어난지 3개월만에 하게 되는 첫 미용날 -  미용후

 

그에 비해 "해리"는 첫째때의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고 그야말로 환경도 마음도 최고의 사랑으로만 키울수 있었음에도

11년의 길지않은 시간만 머물다 갑작스럽게 우리곁을 떠났지만 가족 모두 보리와는 다른 마음으로 기억되는건

아마도 충분한 사랑을 주고 받았기 때문 아닐까..?

 

 

동물도 진정한 가족이라는걸 알게 해준 "보리"가 우리집에 온건 2007년 3월 이었다.

"보리"

 

평소 강아지를 싫어하는건 아니었지만 집안에서 함께 생활한다는건 도저히 내키지 않는 일이었고,

심지어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집에서 차 한잔 마시는 것도 신경이 쓰일만큼

동물에게서 나는 냄새가 싫어서 아이들이 원해도 그것 만큼은 허락하지 않았는데

큰아이가 대학생이 되어 본의 아니게 과외를 해서 넉넉한 용돈을 벌었으니 강아지를 분양받아

잘 키워 보겠다며 아빠와 동생까지 한 마음이 되어 결국 동물 병원에서 한눈에 만장 일치로

녀석을 한 살림 챙겨 데려오게 되었다.

 

400g의 토이 푸들이었던 이녀석을 데려오기로 마음 먹으니 마치 셋째라도 입양하는 것처럼

예쁘게 꾸며주고 싶은 마음에 맞지도 않는 티셔츠도 사고 핀이며 머리끈까지 준비하여

데려 오자마자 핀도 꽂아주고 꼬리에 예쁜 장식 끈도 묶어주고 법석을 떨면서 큰아이가

평소에 생각해 두었다는 "보리"라는 발음하기 좋은 예쁜 이름에 나는 한생각 더 보태어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라는 의미까지 붙여서 이녀석은 "보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나날이 영리해지고 잘 따르며 즐거움을 주기도 했지만

그 작은 생물체로 인해 집안 곳곳의 질서가 무너지고

냄새에 민감한 나로서는 입맛을 잃을 만큼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 남편과 아이들이 직장으로 학교로 나가고 난 하루의 대부분을 내가 도맡아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되면서 그 작은 녀석의 뒷치닥거리를 하느라 외출도 쉽지않고,

아무리 깨끗이 청소를 해도 찜찜한 기분 때문에 우울해져서 틈만나면 보낼곳을 궁리해 봤지만,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농담으로라도 그런 생각은 하려 하지 않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날마다 보리와의 소리없는 전쟁을 할 즈음 예쁜 리본을 묶어 놓은 꼬리에 이상이 생겼다.

 

병원에 가보니 꼬리가 괴사되어 곧 떨어져 나갈 거라며

그때서야 아기 강아지에게 장식 끈을 묶어 주는건 위험한 거라며

수술로 꼬리 접합 부분까지 완전히 잘라내야 후유증없이 치료될 거라는 진단을 내렸다.

 

분명 그병원에서 데려왔는데 장식품이며 살때는 주의사항 한마디 해주지 않았으면서 그 작은 녀석을

등 부분 뼈까지 떼어내는 수술을 시키라고 기계적으로 말하는 의사를 보니 화가 치밀어 오르며

보리가 한없이 가여워서 가족들끼리 판단해서 괴사된 부분만 간단하게 시술하고 데리고 오는 동안

보리에 대한 안스러움과 미안함 때문에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내눈 즐겁자고 묶어놓은 리본때문에 몸의 한부분이 썩어 가는데도 하루종일 내주변을 맴돌며 재롱을

떨던 보리를 생각하니 내가 얼마나 무심했으면 눈치 채지 못했을까 한심해 지기도하고 뭔가 전달하고

싶어하는 눈빛을 본것 같기도 해서 일단 꼬리부분이 잘 아물도록 정성껏 돌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가족들의 정성 때문인지 별탈없이 꼬리부분이 잘 아물어 짧기는 하지만 기분좋다는 의사소통 수단으로

흔들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하던지..

그일을 계기로 내스스로 보리를 더이상 마음 밖으로 밀어내려는 생각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

 

마음이란 어떤 고정 관념을 가지느냐에 따라 행복할수도 불행할수도 있다.

좋은것이든 나쁜것이든 고정 관념 자체를 버릴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보리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니, 그 녀석을 위해 수고해야 하는 모든 것들이 분리가 아닌 일상이 되어

깐깐하던 나의 마음까지 한결 편안하고 너그럽게 바뀌게 되었다.

 

보리는 꼬리 치료 이후에도 치아 교정과 선천성 피부염 때문에 끊임없이 병원 신세를 지면서

나를 여러모로 힘들게 했지만,

이건 아마도 내가 살아가는 동안 갚아야할 빚을 이런 수고를 통해 갚을수 있어 다행이라 여겨지고

말로 표현하지 못하니 얼마나 답답할까라는 생각에서 사람도 가끔씩이라도 말하지 않고

살아야 할 때가 정해진다면 그것 또한 불편함보다 축복일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하루하루 도리어 보리를 통해 얻는게 너무나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리는 기쁨도 슬픔도 장난스러움까지도 눈빛으로 표현한다.

그럴때마다 내스스로 성의 없이 대했다 싶을땐 어김없이 시큰둥 하다가 규칙을 어긴다.

화분의 흙을 떨어뜨려 놓는다던지 볼일을 아무데나 본다던지..

하지만 마음으로 다가가 주면 한없이 자기를 낮추고 어떤식으로든 보답하려 한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말 못하는 보리는 사람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것 같아 조심스럽기까지 했었다.

 

내 마음을 알고 내가 진실하지 못할때 나름의 규칙을 어기는 보리는 나쁜 의도가 아니라

일종의 시위로 나를 깨닫게 하는 것이리라.

사람이 하는 어떤 말보다도 보리의 눈빛은 간절하고 진실했다.

아마도 이런 이치를 먼저 아는 사람들이 동물을 사랑하고 가족으로 받아 들이는 것일거라 생각하니

늦게라도 우리집에 와준 보리는 우리가족을 위한 아니 특별히 나를 위한 축복이란 생각을 하게 했었다. 

 

보리를 일찍 보내고 한가지 알게 된건  처음이라 준비 되지 않아서 알수도 없었던 동물 병원들의 이기적인 처사다.

병원이라는 안전함 때문에 일반집에서보다 3배 이상 몸값을 주고 데려 왔건만

입양 직후부터 나타난 피부염으로 너무 오랫동안 고생하는 보리를 데리고 여러 병원을 전전 하면서 알게된

선천성 피부염(오로지 분양을 위해 사육되는 좋지 않은 환경에서 태어나 전염된)이라는것..

 

결국 오랜 약처방과 치료에서 나타날수 있다는 간경화로 짧은 생을 살다간 보리와

일반 가정에서 애지중지 태어나 데려온 해리는 사는 동안도 떠나는 순간도 다르긴 달랐다. 

아무려나 함께 사는 동안은 가족의 끈으로 엮여 더없이 사랑스럽고 행복 하지만 떠나 보내는 마음은 갈수록

너무나 아프기에 더는 가족의 연을 맺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