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틀과 책상
나이가 들어 가면서 아무리 좋은 것을 보게 되고 가질 기회가 생겨도 정작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지는건 감사할 일이다. 특히 한자리 차지하게 되는 물건들은
일상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은거면 어쩌다 수명이라도 다해 떠나 보내게 되는걸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들고..
애초에 우리집에 오는 물건들은 신기하게도 고장이 잘 안 난다.
가구는 말할것도 없고 전자 제품들도 업체의 서비스 기한이 지나도록 쓰게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로 인해 모임이 잦았던 시절에는유행에 민감하지는 않지만 은근 고물스러워 보이는 물건들을
그냥 내다 버릴수는 없으니 어디 한군데 고장이라도 나기를 바란적도 있지만 지금은 새로운 물건들과 친해지기가 싫다.
이런 나의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내 눈에 들어온 심플한 책상.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쉐비시크 스타일에 광택이 나는 마감을 했는데도(나는 가구에서 광택이 나는건 무조건 싫다.)
원목의 묵직한 은은함이 돋보이는게 사용했던 흔적마저도 오히려 친밀하게 느껴졌다.
아무려나 내맘에 쏙 드는 물건이 문밖에 오두마니 있는걸 보니 아마도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것 같아
잠잠하다 못해 사라진줄 알았던 소유욕이 꿈틀거린다.
..여차저차 함박눈까지 맞으며 결국 우리집에 데려 오게 되었는데.
보면 볼수록 처음 볼때 마음처럼 끌림이 있다.
창문밖으로 보이는 내가 만든 테이블들과도 잘 어울리는것이 아이들에게 까지도 대물림 해
오래 함께 하게 될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요즘 나오는것들에 비해 사용이 복잡 한데다 무게 또한 만만치 않아 아예 꺼내 놓지 않으면 그나마 무용 지물이 될듯해
꺼내 놓기는 해야 겠는데 그닥 볼품 있어 보이는것도 아니고 은근 덩치까지 커서 집에 있는
왠만한 받침대로는 좁고.. 높고.. 보는것도 사용하는것도 불편 하기 이를데 없어
다시 안보이는 구석으로 보내 놓으니 미흡 하나마 그래도 사용해 보았다고 재봉틀이 필요할 때가 자꾸 생긴다.
그참에 간편하게 사용할수 있는 신제품을 사볼까 싶어 여기저기 문의를 하는동안 내가 가진 재봉틀이 요즘은 사고 싶어도
살수 없음은 물론 가정용임에도 전문가들이나 사용할수 있는 고가의 부품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사람 마음이라는것이, 아니 나의 속물 근성을 탓해야 맞는 거겠지만 그제서야 그동안 한번도 제대로 본적 없이
깨끗한 상태로 보관 되어 있는 사용 설명서도 꼼꼼히 읽어 보며 왠지 보물스러운 마음에 친해져 보려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2층 한켠에 당당히? 한자리를 내어 주려다 보니 또 지지대가 못마땅하고 거슬려 사든 만들든 해야지..
늘 생각 하고 있었기에 재봉틀을 지지해줄 근사한 파트너로 이 책상이 한눈에 들어온 것일텐데 들여 놓고 보니
자주 사용하는 것도 아닌 재봉틀만 지지하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건 뭐람..;;
일단 재봉틀은 그냥 지금 있는 자리에 두고 가족들이 가끔은 혼자서 차도 마시고 생각도 하는 책상으로 쓸까..?
집에 각각의 채취가 배인 책상들이 방마다 있고 순전히 재봉틀을 염두에 둔 선택이건만
왠지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것이 새식구는 새식구인 모양이다.
